공항이, 비행기가, 하늘이 너무 좋아서 승무원이 되고싶었어.
매일 어디론가 떠나면서 설레는 사람들을 만나며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어.
그렇게 나는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운 좋게도 꿈을 이룰수 있었고 지금은 코로나로인해 몇 달째 휴직중이야.

사실 휴직전의 나는 그간 겪어왔던 많은 일들로 인해 회사도, 회사사람들도 너무 싫고 모든게 힘들어서 그렇게 좋아하던 이 일을 그만둬야하나 하는 고민으로 매일 밤을 지새웠기에, 이 휴직이 너무나도 고마웠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속없이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출근하려고 회사 앞에만 서면 속이 답답하고, 사복을 입고도 회사사람을 마주치면 괜히 고개돌리며 심장이 쿵쾅거렸던 나에게는 참 단비같았어.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거든.

휴직하고나니 참 좋더라.
보기만해도 화가나는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되고, 싫은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됐어. 밤낮을 바꿔 일하며 만성피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매일 쉬면서도 내일 비행을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어.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할지, 이직을 한다면 어떤 곳으로 가야할지 고민을 하면서도 사실 비행은 하나도 그립지 않더라. 아니 그것보다 돌아가서 마주칠 사람들과 여전히 바뀐거 하나 없을 회사가 하나도 그립지 않더라.
참 우습지.
그렇게나 되고 싶어했는데.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했는데.

그러다 오늘 지하철에서 회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봤어.
평소라면 질색하며 고개를 돌리고 철저히 모른척하려 했겠지.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가더라.
가지런하게 묶어올린 머리, 단정하게 입은 유니폼이 왠지 모르게 참 예뻐보이더라.. 그 무겁고 거추장스럽던 캐리어마저 멋있어 보여서 마스크 너머로 흘끔흘끔 쳐다봤어.
마치 내가 승무원이 되고싶어서 간절하던 때, 한명의 승무원이라도 더 보고싶어 인천공항까지 찾아가고 지하철에서나 버스에서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보면 눈도 못떼고 그 사람 행동 하나하나 다 훔쳐보던 그때처럼..

누군가도 우울한 마음으로 지쳐 퇴근하던 나를 그렇게 봐줬을까..? 참 멋있다고 생각해 줬을까..?

지하철에서 내려서 청승맞게 울면서 집에 돌아왔어.
뒷통수를 맞은것 같았거든..
그렇게 좋아했던 이 직업이 싫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거야. 이 일을 그만두고 영영 유니폼을입고 비행기를 탈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어.
결국 다시 예전처럼 승무원들을 보며 마냥 부러워 하던 그때로 돌아갈 것만 같았어.

그래 맞아. 다시 돌아간다하더라도 회사는, 사람들은 변한게 없을거야.
나는 또 실망하고 힘들고 괴롭겠지..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던 하늘은, 공항은, 비행기는, 설레는 얼굴을 한 사람들은 그대로 일거야. 그래도 아직은 이 일을 놓을 때가 아닌가보다..

언젠가 이 회사가 아닌곳에서 이 일을 할수도, 혹은 결국 다른 일을 할 수 도있겠지만 아직은 내가 참 이 직업을 사랑하나보다..

오늘은 쳐박아뒀던 유니폼을 다림질 해 볼려고 해.
나도 이 옷 하나 입겠다고 울고 웃던때가 있었는데.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입게 될 날을 준비해야지..

그냥 .. 많은 생각이 들어서 끄적거려봤어 ㅎㅎ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면 좋겠다.